여행 이야기

논산 명재고택에 담긴 지혜와 과학

잼난샘 2016. 2. 16. 18:50

 

 

 

윤증고택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많은 항아리가 눈에 들어온다.

고택에 이렇게 항아리가 많은 이유는 고택에서 직접 장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택과 항아리가 참 잘 어울려 멋진 그림을 만들어낸다.

 

 

명재 윤증(1629~1714)선생은 학문과 덕망을 인정 받았지만

한 번도 벼슬에 나가지 않고 85세로 생을 마치셨다.

당시 많은 선비들의 흠모 대상이었고 <백의 정승>이라는 대우를 받으셨다.

명재고택은 선생을 존경하는 제자들이 선생을 위해 지어드린 집이었으나

선생은 이 집에 살지 않고 이전에 사시던 집에서 지내시다 돌아가셨다.

그런 연유로 고택의 고字는 古가 故를 쓰고 있다

이전에는 윤증고택으로 불렸으나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호를 붙여 명재고택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고택의 전체 구조는 ㅁ字형 구조로 되어 있으며

사랑채는 담장 밖으로 노출되어 있다. 

 

 

 

사랑채 앞에는 마당이 넓게 펼쳐져 있다.

동네 행사가 있으면 이 마당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누마루 앞에는 자연석으로 장삭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집을 지을 당시 80세이신 선생께서 직접 금강산에 가시기가

어렵게 때문에 사랑방에서 금강산을 감상하실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한다. 

사랑방 문 위에는 <이은시사 離隱時舍>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다.

현실을 벗어나 은둔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문은 4분합 들 문이다.

문을 연 다음에 들어서 2개의 천정 고리에 걸도록 되어 있다.

문을 열었을 때 창틀의 규격은 1:1.618 비인 황금 비율로 되어 있다.

안에서 밖으로 내다 보이는 풍경이 환상적인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300년 전에 지은 건물 안에 에술적 감각이 녹아 있다.

 

 

금강산 석물 옆에는 <일영표준>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천묵학자인 선생의 후손이 해시게를 설치했던 표시이다.

설치했던 해시계는 논산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사랑채 마루에서 누마루로 들어가는 문에는 <도원인가 桃源人家> 현판이 걸려 있다.

금강산에 들어와 있으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라는 의미이다.

 

 

사랑채 마루 아래에는 큰 댓돌과 작은 댓돌이 놓여 있다.

손님이 사용하는 위치에는 큰 댓돌이 놓여 있어 손님이 마루를

오르내리는데 불편하지 않게 배려를 하였고

주인은 작은 댓돌을 사용하였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작은 댓돌에 신발이 놓여 있는지를 보고

주인이 안에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랑방으로 들어가는 여닫이 문을 열면 미닫이 문이 나온다.

2중 구조로 만들어 단열을 고려하였다.

또한 미닫이 문이 맞닺는 부분에는 돌출 부분과 홈이 있어

단열 효과를 높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랑방 안쪽에 있는 미닫이 문은 미닫이 기능과 여닫이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어 필요에 따라서는 문을 활짝 열어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안채로 들어가는 대문을 들어서면 벽으로 가로막혀

밖에서 안쪽이 직접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다.

벽 아랫쪽을 보면 공간이 있는데 이것은 안채에 있는 여인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발을 보고 누가 들어오는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당시에는 발 모습에서 신분은 확인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문 위쪽 천장을 보면 불에 탄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동학혁명 때 불이 난 것을 동네 사람들이 나서서 불을 껐는데

그 때 남은 흔적이라 한다. 

 

 

안채는 마루를 중심에 두고 양쪽에 부엌과 방이 배치되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마루에 달린 문들을 보면 좌우 대칭 구조로 되어 있다.

이것은 문을 만들 때 동일한 목재를 사용하여 같은 문양으로

좌우 한 짝의 문을 만들었는데 그런 세심함까지 고려해서

집을 지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양쪽 부엌 입구 천장에는 가림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것은 연기가 안방과 마루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천장을 보면 부엌 앞은 검게 그을러 있는데 반해

마루쪽 천장은 깨끗한 것을 볼 수 있다.

 

 

안채 왼쪽에는 창고와 화장실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창고는 부엌 뒷문과 바로 연결되어 동선을 고려하였다.

창고 건물은 안채와 나란히 서 있는 구조로 되어 있지만

완전히 평행한 구조가 아니고 약간 틀어서 배치하였다.

여기에 과학이 숨어 있는 것이다.

북쪽의 건물 사이를 좁게하고 남쪽의 사이를 넓게 하였다.

이렇게 하면 여름에 비가 올 때 뒤쪽 보다 앞쪽이 넓어 물 빠짐이 좋아진다.

또 여름는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넓은 공간으로 들어가 좁은 공간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유속이 빨라져 안채와 창고의 온도를 낮추어주는 효과가 생긴다.

반대로 겨울에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좁은 공간으로 들어와

넓은 공간으로 퍼지면서 냉기를 완화시켜 준다.

 

 안채 오른쪽에는 후원이 있다.

오래된 매화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봄에 꽃이 피면 후원이 환해지겠다.

후원 화단은 담쪽으로 단을 쌓아 높게 만들었는데

그 이유가 밖에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면 아녀자들이 이 화단에 올라

 담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란다. 

 

후원 담에는 사랑채로 연결되는 작은 문이 있다.

이 문에서 보면 사랑채 화장실쪽이 보이도록 되어 있는데

이곳을 통해서 안채에 있는 아낙들이 사랑채 손님들이 동태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담 옆에 서 있는 굴뚝이 낮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굴뚝 연기가 밖으로 나가면 배고픈 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연기가 멀리 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고

연기가 낮게 퍼지면 주변에 있던 장독에 해충들을 없애주는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고택을 돌아보고...>

300년 역사를 지닌 명재고택은 단순한 옛집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철학과 과학이 자리잡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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