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완주의 여름 향기, 완주군립 둔산영어도서관에서는 詩詩하지 않은 詩의 향기가...

잼난샘 2018. 8. 24. 01:59



19호 태풍 솔릭이 올라오고 있어

긴장된 상태에서 하루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하늘이 잔뜩 흐려있는 것 말고는

특별히 우려되는 점은 없어보인다.

다행이다.

그래서 완주군립 둔산영어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결코 詩詩하지 않은 詩 인문학 여행"을 위해 집을 나섰다.



태풍 소식에 참석자가 많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詩의 향기는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나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詩의 향기를 찾아 모여드는 것을 보면...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결코 詩詩하지 않은 詩 인문학 여행"은

20강좌 계획을 가지고 6월에 시작했다.

1차 10강좌를 마치고

2차 강좌가 이번 주에 시작되었다.

오늘은 2차 강좌 두 번째 시간이다.



2차 강좌 첫 시간에는 이병률 시인이

"시의 힘에 관하여" 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여행을 하면서 詩를 쓰는 시인이기 때문에

여행을 화두로 먼저 말을 꺼낸다.



나희덕 산문집에서 인용한 글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간다.


"자신의 뒷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타인에게 포착된 시선을 통해서만

자신의 뒷모습을 확인할 뿐이다."


여행은 어쩌면 우리의 뒷모습을 보는 일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나 역시 그 정의에 공감한다



이날 강의에는 대학생 10여 명도 함께했다.

현실 문제에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다.

그들에게 시인이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현실 문제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라"

라고 조언한다.


오늘 인용해서 얘기했던 박노해 시인의

"여행은 혼자 떠나라"에서도

비숫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은 혼자 떠나라 ]

                           -박노해-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사람들 속에서 문득 내가 사라질 때

난무하는 말들 속에서 말을 잃어 갈 때

달려가도 멈춰서도 앞이 안보일 때

그대 혼자서 여행을 떠나라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려운가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충분한 존재감이다.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함께 가도 혼자 떠나라


그러나 돌아올 땐 둘이 손잡고 오라

낯선 길에서 기다려온 또 다른 나를 만나

돌아올 땐 손잡고 오라



오늘 진행된 두 번째 강의는 황풍년 작가가 진행하는

"전라도 촌스러움 미학에 대하여"이다.

강의 주제는 작가의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

작가는 "전라도닷컴"을 운영하면서

전라도 아름다움을 찾아 전파하고 있다.



강의에 앞서

우리말(전라도 말)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말(전라도 말)을 맞춘 사람에게는

책 선물이 주어졌다.

난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는데

의외로 대부분 우리말을 잘 모른다.

표준어로 갈아타면서

우리말을 다 잊어버린 것이다.



전라도 지역 구석구석을 다니며 찾아낸

전라도의 정신, 문화, 아름다운 것들을

사진으로 담아 보여주었다.


이 사진은 사진전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이란다.

우리 곳간을 지키기 위해 지난한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손이다.손톱 하나 하나에 삶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촌스러운 사진인가?

이니면 아름다운 사진인가?



전라남도의 작은 섬에서 미역을 따는 장면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여름마다 휴가를 내고 

고향에 와서 한 달씩 미역 따는 일을 한단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낫으로 미역을 베면서 아버지, 할아버지를 생각한다.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아버지, 할아버지의 역사는 영원히 지워진다.

그래서 힘들어도 이 일을 하고 있다"


라고 답한다.

이 말 속에 전라도 사람들의 정신이 담겨있다.





사진 속에 담겨진 우리동네 이야기들을

들으며 모두가 재미있어 한다.

주변에 이렇게 아름답고 멋지고 재미난 것들이

많았는가?

새삼 놀랍다.

우리가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촌스럽다고 할 것인가?

아름답다고 할 것인가?



강의를 마치고 질문 시간이 이어지고

질문마다 명쾌한 답변이 주어진다. 



강의를 마치고 수강생들이 가져온 책에

사인을 해주는 시간도 가졌다.



나 역시 오늘 선물로 받은 책에 사인을 받아왔다.

덕분에 오늘 받은 강의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일곱 번이 남았다.

남은 강의도 다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올 여름은 "결코 詩詩하지 않은 詩 인문학 여행" 강좌와

함께하면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詩 향기가  나는 완주군립 둔산영어도서관

네가 있어 참 좋다...


-2018. 8. 23-